• 최종편집 2025-06-17(화)
 

 

 

- 한준기: 동명대학교/Busan International College 교수 

  주한외국기업연합회(KOFA) HR 칼럼니스트

 

한국의 임원들. 가히 샐러리맨들의 별이라 부를 수 있다. 한 통계 자료에 의하면 임원 승진 확률은 겨우 0.7% 수준이고 신입사원에서 임원 승진까지는 대략 22년이 소요된다고 한다. 

 

강산이 두 번 바뀌는 인고의 세월을 견뎌내도 1,000명 가운데 단 7명 만이 선택되는 셈이다.

1 그런데, 생각만큼 그 자리에 오래 머물지는 못한다. 국내 임원들의 평균 수명은 대략 5.6년이고 10대 그룹의 경우는 더 짧고, CEO들의 경우는 3-4년 정도로 더 짧아진다.

2 그래서 일까? 세상은 그들을 가리켜 ‘임시직원’(임원)이라는 또 다른 씁쓸한 이름으로 부른다. 물론 구조적으로 계약직이고 더 이상 올라갈 자리도 거의 없고, 비즈니스 결과에 대한 직격탄을 온몸으로 바로 책임져야 할 자리이기에 일반 직원들과 단순 비교하는 데는 무리가 따른다. 

 

그러나 임원의 생존과 성공전략에 대해서는 한번쯤 차분히 고찰해보는 것은 필요한 일이다. 당사자들과 소속된 조직 모두를 위해서.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되면 빠지가 않고 들어오는 문의가 기업 임원들 대상의 교육이다. 특히, 신임 임원들에 대한 교육 니즈는 특강이나 코칭 형태 등 꾸준하다. 기업 오너나 최고경영진의 입장에서 가장 신경 쓰는 것은 임원이라는 포지션에 임명은 했는데, ‘임원’다운 모습을 과연 보여줄 수 있을까, 라는 대목이다. 

 

그렇기에 고객사에게 교육이 끝났을 때 무엇을 가장 얻기를 원하십니까, 질문을 하면 ‘임원은 무엇을 해야 하는 사람들인가?’ 에 대답만큼은 깨닫기를 원한다는 기대사항이 가장 두드러진다. 이는 역할에 대한 재정의가 선행되어야 한다. 그래야 구체적으로 그 다음으로는 무엇을 해야 할지, 어디에 더 집중을 해야 하는지를 가늠할 수 있다. 먼저, 임원에 대해서 우리는 어떻게 정의를 내려야 할까?

 

사전적으로 임원은 어떤 단체에 소속하여 그 단체의 중요한 일을 맡아보는 사람, 이라고 한다. 문제는 여기서 말하는 ‘중요한 일’이 무엇인가가 명확해야 한다. 그런데, 이는 기업마다 상황과 문화에 따라, 그리고, 임원 개개인의 역할에 따라 상이하다. 모두에게 적용되는 동일한 정답이 존재하기가 어렵다.

 

 전문가들 역시 임원의 역할 중심의 정의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해답을 제시한다. 그러나, 최우선 순위는 사내의 가장 중요한 이해관계 당사자, 특히 직속 상관과의 궁극적인 방향일치(alignment)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비즈니스 현장에서 조직을 떠나는 임원들 가운데 가장 많은 이유가 바로 여기서 기인하기 때문이다. 

 

대표이사를 포함해 가장 중요한 이해관계 당사자들과 함께 자신에게 기대하는 역할의 우선순위에 대해 명확한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하면 갈등과 문제가 불거지기 십상이다. 눈치와 감만 갖고 일하기보다는 차라리 초기부터 정기적으로 피드백을 구하면서 주도적으로 간극을 줄이며 조율해 나가는 습관이 필요하다.

 

 

임원의 해야 할 일 vs. 하지 말아야 할 일

임원이 수행해야 할 일을 열거하지 시작하면 그 가지수가 꽤나 많을 것이다. 당연히 전통적 임원 리더십에서 꾸준히 강조해오는 세 가지는 기본기로 들어 갈 것이다. 예를 들자면, 비전과 방향을 제시하는 것, 조직문화(팀워크나 팀 역동성)를 리드하는 것, 결과(성과)를 만들어 내는 것이 그것이다.

 

그러나, 필자는 이 못지않게 중요한 세 가지에 더 무게를 두고 싶다. 국내외 기업 들에서 다수의 임원들이 이를 대체적으로 너무 많이 놓치거나 의도적으로 이 책무를 피하는 모습들을 심심치 않게 보아왔기 때문이다.

 

첫째, 장애물 제거작업이다. 조직내의 나쁜 관습, 불필요한 관행, 건강하지 못한 문화, 사람이나

팀 간의 갈등도 여기에 해당된다. 이것이 중요한 이유는 앞서 말한 세 가지 전통적인 리더십에서 아무리 열심을 발휘하더라도 이 부분이 막히면 자칫 진도가 제자리에서 맴 돌 수도 있기 때문이다. 몸보신을 위해 좋은 보약을 먹으면서 뒤에서는 자신의 체질에 맞지 않는 음식을 섭취하고 나쁜 습관을 계속 되풀이한다면 보약의 효과가 쉽게 나타나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할까? 때로는 새로운 것을 더하는 것보다도 먼저 나쁜 것을 제거하는 뺄셈을 더 잘해야 할지도 모른다.

 

둘째, 새로운 길을 열어주는 것이다. 예를 들자면, 현상을 정확히 관찰하고 파악해서 조직 내의 건강한 습관과 루틴을 만들어 주는 개척자의 역할을 해주는 것이다. 새로운 방향 제시나 솔루션 제시, 솔루션 제시까지는 아니더라도 해결책이 나오도록 빌드 업 작업을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셋째, 비즈니스 파트너로 조직을 연결하고 구조적 공백을 메우는 것이다. 2003년 이라크 전쟁 시 미국은 레인저, 델타포스, 네이비씰 등 최고의 엘리트 특수부대로 팀을 꾸렸지만, 초기 알카에다 특유의 유기적인 연결망과 치고 빠지는 전술에 잠시 고전을 했다. 그러나, 합동특수작전사령부 사령관 스탠리 맥크리스탈 장군은 각 부대를 촘촘히 연결하는 정보교환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가동시키면서 전세를 미군 쪽으로 완전히 끌고 왔다. 임원은 이런 일들을 해야 한다.

 

 

이와 더불어 임원이 되면 절대 하지 말아야 할 것들도 몇 가지 있다.

그 첫번째가 과거의 주특기와 승리 경험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이다. 임원 이전의 업적들은 그저 ‘어제 내린 비’로 생각하면 된다. 임원이 되고 난 후에 생각보다 고전하는 사람들이 꽤 많다. 이에 대해서 세계 최고의 리더십 코칭 전문가 중 한 사람인 ‘마샬 골드 스미스’는 그의 베스트셀러 《What Got You Here Won’t Get You There(일 잘하는 당신이 성공을 못하는 20가지 비밀)》에서 과거의 좋은 업무 실력이 최고위급 리더십 포지션에서는 먹히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말 그대로 여기까지의 성공의 법칙이 임원 이후의 성공의 법칙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임원이라는 포지션은 완전히 다른 세계, 즉, ‘언아더 레벨(another level)’이기 때문이다. 조직의 최고경영진은 뛰어난 업무 성과 때문에 당신을 임원에 앉혔지만 이제는 리더로서의 잠재력을 최대로 발휘하면서 새로운 가능성을 입증할 시간이 된 것이다.

 

둘째는 도덕적 불감증으로 스캔들에 휘말리는 것이다. 임원의 또 다른 정의는 어항 속의 금붕어 와도 같은 존재, 스텝 한 번 잘못 밟으면 바로 끝날 수도 있는 자리, 의도와는 다르게 정치싸움에 휘말릴 수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당신이라는 임원이 실력을 발휘하고 잘 나갈수록 누군가는 한번 제대로 물 먹여 보겠다고 벼르는 사람들이 조직에서는 충분히 나타날 수도 있다.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 최고의 기업 M사 근무 때 모셨던 CEO가 보여준 이와 관련된 언행일치의 노력은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었다. 그는 잊을 만하면 필자에게 “당신이 일 좀 못하는 것은 내가 어떻게 막아줄 수 있어, 그런데 ‘인테그리티’(integrity, 정직과 도덕적 옮음)로 인해 문제를 일으키면 이 프로들의 세계에서 어떻게 도울 방법이 없어…” 그래서 일까, 그는 법인카드로는 단 돈 100원도 허튼 짓 하면서 쓰는 실수를 범하지 않았고, 여성 임직원과 오해 받을 수 있는 일대일 식사나 커피 한 잔을 극도로 피했고, 업무 외의 자리에서 자신의 포지션의 힘을 함부로 휘두르지 않으려고 의식적으로 애를 썼다. 그렇기에 3년 연속 전세계 최고의 비즈니스 성과 업적이 더 빛날 수 있었던 것 같다.

 

 

결국, 임원은 무엇을 하는 사람인가?

그래서 결국, 임원은 한 마디로 누구인가? 여전히 참 어렵다. 조심스럽지만, 조직과 구성원의 진정한 성공을 위해 올바른 의사결정을 해주는 존재, 정도로 정의하고 싶다. 이를 위해서는 앞서 언급한 기본적 요소와 해야 할 일, 하지 말아야 할 일이 차곡차곡 축적 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궁극적으로, 외적으로는 ‘오감’을 통한 종합적 관찰, 온몸으로 하는 경청을 거쳐 올바른 의사결정의 모습으로 발현될 수 있을 것 같다.

 

한 굴지의 다국적 기업에 신임 임원으로 입사 직후, 컨퍼런스 참석 차 미국 본사로 출장을 간 적이 있다. 소수의 신임 임원들 몇 명이 별도로 최고위급 임원 한 사람이 호스트하는 식사자리에 초청되었다. 캐주얼한 분위기에서 우리는 비즈니스, 리더십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거의 끝날 무렵, 필자에게 마지막 질문 기회가 왔다. “내가 이 조직의 임원으로 생존하고 한 단계 더 성장하기 위해서 꼭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그는 딱 두가지만 했으면 좋겠다고 정말 진지한 눈빛으로 답을 했다. “구성원들을 진짜 경청해주고 올바른 의사결정을 내리도록 최선을 다해 주세요.” 다시 되 물었다. “이 두 가지만 제대로 할 수 있다면 내가 정말 이곳에서 잘 될 수 있을까요?”.

 

“No! (아닙니다)”. “이 것을 놓치지 않는다면 당신은 전 세계 어떤 조직에 가더라도 신뢰받은 임원으로 분명 성공할 수 있을 거예요.”. 이 짧은 한 마디를 한국의 모든 임원들에게 일반화하는 것은 다소 논란의 소지가 있다. 그러나, 임원이라는 존재가 팀장 시절 때처럼 일 열심히 잘 하는 단계를 확실히 뛰어넘어서 전략적이고 올바른 의사결정을 분명히 해주어야 하지 않을까?

 

 

동명대학교/Busan International College 한준기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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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FA) HR 컬럼니스트 , 한준기 교수 - 임원이라는 존재의 정체성: (임원은 무엇을 하는 사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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