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한국씨티은행, 한국진출 17년 만에 기업금융만 남기고 소비자금융사업 철수키로
씨티은행 소비자금융 철수…“예금 인출로 수백억대 빠져나가”
[단독] 한국씨티은행, 한국진출 17년 만에 기업금융만 남기고 소비자금융사업 철수키로
씨티은행 소비자금융 철수…“예금 인출로 수백억대 빠져나가”
한국씨티은행이 우리나라에서 개인 대상 소매금융 사업을 철수하기로 했다. 2004년 씨티그룹이 옛 한미은행을 인수해 한국씨티은행으로 공식 출범한 지 17년 만이다. 한국씨티은행의 소매금융 철수 결정은 초저금리와 금융 규제로 수익을 내기 어려운 환경을 감안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씨티은행의 작년 순이익은 1,878억 원으로 전년보다 32.8% 줄었다.
한국씨티은행에 따르면 씨티그룹은 이날 1분기 실적발표에서 이같은 내용을 담은 소비자금융 사업부문에 대한 향후 전략방향을 발표했다. 한국씨티은행에 따르면 씨티그룹은 "아시아, 유럽 및 중동 아프리카 지역의 소비자금융사업을 4개의 글로벌 자산관리센터 중심으로 재편하고, 한국을 포함한 해당 지역 내 13개 국가의 소비자금융사업에서 출구전략을 추진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씨티그룹은 "이는 한국을 포함한 특정 국가의 실적이나 역량의 문제로 인한 결정이 아니라, 씨티그룹 차원에서 장기적으로 수익을 개선할 사업 부문에 투자와 자원을 집중해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고 사업을 단순화할 필요성에 따른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업금융 등 투자은행(IB) 부문은 그대로 남겨 영업을 이어가되, 신용카드와 주택담보대출 등 소비자금융사업은 완전 철수하기로 한 것이다.
유명순 한국씨티은행 행장은 이번 발표에 대해 "씨티그룹은 1967년 국내 지점 영업을 시작으로 2004년 한국씨티은행을 출범 시킨 이래 줄곧 한국 시장에 집중해 왔다"며 "이번 기회를 통해 기업금융 사업을 중심으로 한국 내에서의 사업을 재편·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씨티은행은 "사업 재편의 구체적 일정은 정해져 있지 않으나, 이사회와 함께 충분한 시간을 갖고 고객 및 임직원 모두를 위한 최적의 방안을 검토해 수립한 뒤 실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후속 계획이 마련되는 대로 금융당국과 필요한 상의를 거쳐 이를 공개하고, 관련 당사자들과 충분히 협의해 필요한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씨티은행은 "고객에 대한 금융서비스는 향후 계획이 확정될 때까지 기존과 동일하게 제공되며, 고객의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18일 한국씨티은행에 따르면, 지난 15일 씨티그룹이 한국을 포함한 13개 국가에서 소비자금융을 철수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이후 고객 문의가 평소보다 25%가량 증가했다. 내 자산이 안전한지, 기존 서비스 이용에 문제없는지 등을 묻는 내용이 주를 이룬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씨티은행은 “향후 구체적인 계획이 확정될 때까지 변함없이 금융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으며, 지점영업, 콜센터 등을 포함한 고객 업무는 현재와 동일하게 유지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기존 고객의 거래는 물론이고 신규 상품 가입도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노조 쪽에서는 철수 발표 이후 이미 고객들의 불편이 초래되고 있으며, 예치한 자산을 걱정하는 고객들이 예금을 인출하는 사례가 속출해 인출 규모가 수백억원대에 이른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회사 쪽은 “은행의 수신고가 평소의 변동범위 안에 있으며, 대규모 인출사태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유명순 한국씨티은행장은 지난 15일 직원들에게 보낸 메일에서 “이번 전략 발표는 소비자금융에 한정돼 있으므로 당행은 기업금융사업을 중심으로 경쟁력을 한층 강화하고, 한국 금융시장 투자 등으로 한국사회의 성장과 발전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노조는 그룹의 이번 결정이 구조조정 차원에서 진행된 만큼 고용 안정 문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국씨티은행 직원 3500명 가운데 소비자금융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은 영업점 소속 940명을 포함해 총 2500명에 이른다고 한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한국씨티은행지부는 지난 16일 보도자료를 내어 “씨티그룹의 소비자금융 구조조정은 2012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으며, 한국에서도 2011년 221개였던 영업점이 82% 폐점돼 현재는 39개밖에 남지 않았다”면서 “소비자금융 매각 또는 철수가 추진될 경우 대규모 실업사태가 발생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진창근 노조위원장은 “매각이든 철수든 본사의 마음대로 되지 않을 것”이라며 “직원들의 고용 안정과 고객 보호를 위해 제대로 맞서 싸우겠다”라고 말했다.